ARCHI./INFOR.2010. 3. 4. 22:56

[특집]엘베강 홍수나도 통행 가능한 인도 4m 높이에 설치


독일 함부르크 엘베강 전경. 독일 함부르크 오윤석기자

 강원일보사는 1980년대부터 작성된 도시생태현황지도를 기초로 친환경적인 도시계획에 활용해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독일의 베를린시와 함부르크시 사례를 통해 향후 지향해야 할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대응, 도시생태를 살려라(3)도시재생으로 녹지축 보전하는 독일 함부르크시


 

 

 ■녹색도시 함부르크의 보물 엘베강과 알스터 호수


 아우토반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평야에서는 중세시대 기사들이 금방이라도 긴창을 들고 말을 달리며 숲속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다.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향하는 아우토반 1번 고속도로 양옆에는 울창한 숲들이 자연스럽게 차단벽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 차단벽이 시멘트이거나 온통 인위적인 것에 익숙해서인지 아우토반을 달리는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베를린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세계적인 항구도시 함부르크는 겨울이 시작된 계절답지 않게 도시 주위는 온통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대형 선박들이 정박돼 있는 엘베강 주변으로 수 킬로미터를 따라 이뤄진 숲속의 집들과 수 백년은 넘었음직한 아름드리 수목들속으로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평온함이 느껴졌다.

 숲 속에 포근하게 들어선 집들의 나뭇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온통 숲으로 둘러쌓여 굳이 담을 만들 필요도 없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엘베강변의 숲길은 말 그대로 도시 중심부의 알스터호수와 함께 함부르크 보물로서 손색이 없었다.

 웬만한 축구장보다 훨씬 넓어 보이는 숲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함부르크에 도착한 다음 날, 함부르크시청의 슈퇴르머(Petra Stoermer) 환경생태계획과장이 소개한 곳은 함부르크시가 야심찬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하픈시티(Hafen City).

 2000년에 시작돼 25년동안 장기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현장이었다.

 엘베강의 홍수위협에 함부르크 시민들이 새로운 도시개발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나온 방안이 하픈시티내 기존항구의 창고를 재생하는 사업이었다. 현재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서인지 곳곳에는 아직도 공사열기가 한창이다. 

 157㏊의 수변공간에는 국제해양박물관과 하픈시티대학교, 초등학교, 과학센터, 크루즈센터,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플라자, 마르코폴로 광장, 전통선박항구 등이 들어섰거나 한창 건설중에 있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재생되고 있는 셈이다. 항만의 낡고 퇴락한 시설공간에 최첨단 건축물을 세워나가며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에 자연친화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녹색정치의 본산다웠다. 녹색공간은 물론 모든 건축물의 옥상녹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녹색과 메트로폴리탄건설’을 동시에 견지해나가겠다는 전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엘베강 입구에 위치한 하픈시티의 건축물은 세계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설계경연을 거쳐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새롭게 다가왔다.

 강과 지상의 높이를 높였고 다시 지상에서 건물의 한층정도(약 4m)를 높여 물에 잠겨도 건축물에는 지장이 없도록 설계를 한 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홍수로 인해서 도시가 물에 잠겨도 시민들의 통행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공중(?)에 설치된 인도에는 평소에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다.

 데드로프(32·여·Vladana Dethloff)씨는 “엘베강의 홍수위협을 해결하고 새로운 도시개발을 위해 진행된 하픈시티의 건축물 건축을 위해 2000년 세계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다”며 “하픈시티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로 기존 녹지를 건드리지 않고 40%의 면적을 넓히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도시재생사업”이라고 말했다.

 200년 전 강으로 이용했던 함부르크의 또다른 보물 알스터(Alster)호수는 밤낮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녹지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함부르크 시내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호수 인근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자연과 함께여서인지 시민들에게서는 여유와 낭만이 엿보였다.

 수변공간의 자전거도로는 기본이었고 지하철까지 자전거를 들고 타는 도시이다 보니 자동차는 선택일 뿐이었고 녹색도시의 전형성이 함부르크 항구, 공원, 거리 등에 그대로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함부르크시의 생태역할과 고용창출의 힘, 엘베강


 함부르크는 최근 유럽의 녹색수도로 선정돼 그린캐피탈 상을 수상했다. 엘베강의 홍수문제 대응방안과 아우토반 7번의 천장을 덮어 매연을 최소화하고 그 위를 녹색지대로 만드는 것이 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자연친화적이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의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하픈시티가 완성되면 이곳에는 1만~1만2,000여명이 거주하게 되고 고용창출도 4만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같은 대규모 도시재생사업이 가능한 것은 민간투자자의 자본을 이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시키는 작업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1973년 시작된 이 같은 제도를 독일에 적용하는데까지 30년이 넘게 걸렸다.

 함부르크 시청의 베너(Werner Steinke)씨 안내로 찾은 호이베르그(Heuberg)에는 한창 공원조성이 진행중이었다. 일종의 공공사업이었지만 역시 인근 건물주 등 민간투자자의 자본을 이용한 사업이었다.

 호이베르그에서는 독일의 고유종인 ‘고향의 나무’와 외부에서 수입했지만 주변 건물보다 오래있을 수 있는 나무 즉,‘생명의 나무’로 일컬어지는 나무를 식재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베너씨는 “함부르크는 예전과 달리 무조건 녹색지대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며 “주변과의 조화를 통해 환경도 보호하고 경관도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함부르크시의 홍보담당 에노 이저만(Enno Isermann)씨는 “함부르크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엘베강의 홍수인데 1962년 대규모 홍수로 빌헬름스부루크섬의 시내가 물에 잠기는 재난이 있었고 이후 댐을 높이고 생태지역을 넓히고 있다”며 “함부르크시는 도시를 생태박물관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업과 함께 숨쉬면서 고용도 창출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함부르크시 환경생태계획


 함부르크시는 지난 30년간 환경생태계획이 자연보전법상 가장 중요한 계획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함부르크시의 광역도시계획은 1920년 슈마커(Schumacher)의 도시계획인 깃털계획(Feather Plan)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외부에서 흘러오는 자연축을 통한 도시발전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도시는 자연을 침해하지 않고 도시 내에서 개발을 할 수 있다.

 함부르크시의 도시계획은 외부 축을 따라서 발전하는 계획 그대로 승계되고 있어 구도심지 재생, 재개발계획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녹지를 보전할 수 있다.

 함부르크시에서는 2013년 `국제도시사회 그리고 도시기후변화‘를 주제로 국제건축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도시 근교를 매력적으로 조성하고 대도시에서의 국제도시 의미, 도시와 기후변화에 대한 각 지자체의 건축물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함부르크시는 환경생태계획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초계획으로 비오톱지도화를 꼽고 있으며 1979년부터 5,000대 1로 정주지와 비정주지를 구분해 조사하고 8년마다 갱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원상호기자theodoro@kwnews.co.kr


Posted by 살구I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