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INFOR.2010. 4. 10. 10:07
[사라지는 근대문화유산]도시개발, 자본 아닌 문화논리로 접근해야]
개발의 열풍 역사문화공간 사라진다
[2007.06.07 23:01]

21세기 울산이 아름답고 경쟁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사·문화자산에 대한 재발견과 더불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은 재개발이 한창인 중구 우정동과 유곡동 전경.
잇단 재개발 울산 원도심 상실 위기
근대유산 막무가내 개발 재고돼야
낙후지역 개발 '솔로몬 지혜' 절실


21세기 도시의 경쟁력은 문화가 결정한다.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연중 문화체험이 가능한 도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60년대 '불도저식' 개발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갖춘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울산, 역설적이라 할 수 있는 산업과 환경이 함께 발전하는 한편 역사성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품격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에 재정립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체성을 갖춘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구심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근대 역사 문화유산(건축물, 장소)을 도시의 재발견 측면에서 조명하고, 일본과 국내 주요 도시의 근대문화유산 보존운동을 통해 미래 울산이 나아가야할 도시 개발 전략을 모색해 보는 연재물을 시작한다. 편집자주


울산시 남구 장생포항 일원. 국가공단에 둘러싸여 잿빛 하늘과 매캐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한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 울산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간직하고 있는 무대다. 해안도로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고래음식점, 산기슭까지 올라간 뒷골목의 70년대식 집. 아직도 당시의 주거 및 건축 양식이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원형을 찾아보긴 어렵다. 그 옛날 고래 도시였음을 알려주는 흔적은 오히려 최근 건립된 고래박물관과 그리고 박물관 옆에 복원해놓은 포경선, 장생포초등학교 운동장 입구에 설치된 40여년전 고래작살 등이 고작이다.

근대 울산의 기억을 가장 많이 간직한 울산시 중구 우정·성남·교동 등 구시가지 일원. 재개발이니 혁신도시니 하면서 근대 울산의 역사가 담긴 도로와 건축물, 집자리, 골목길 등의 소중한 문화유산도 이미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장생포나 구시가지 뿐만아니라 울산은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유산, 관공서와 학교, 일본식 주택, 62년 울산시 출범이후 대거 들어선 수많은 공장사택, 시영·국민주택도 거의 사라졌다. 신석기니, 구석기, 청동기, 신라, 고려, 조선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유산만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해온 탓에 근대건축물 등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미처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도시의 공간(장소)마다 역사가 있고 주민들의 삶이 녹아든 문화가 있기에 도시는 곧 역사문화공간이다. 도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장소·문화 마케팅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경쟁력 갖춘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쇠퇴도시의 대명사 대구시의 노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구시는 올초 5년에 걸쳐 전통 공간과 근대 건축물, 고택·종택, 테마골목, 역사거리 등을 총 망라한 '대구新(신)택리지'를 제작했다. 거시적 역사가 아니라 현재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시민들의 생활사와 공간과 장소 등을 미시적(微視的·개별적 부분적으로 역사를 살핌)으로 도시를 재발견한 것이다.

울산대 김정민 교수는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불도저식 개발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근대문화유산을 지역·장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옛 것을 다 부숴버리고 정적이고 점과 같은 문화재만 남긴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오래되고 낡은 것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결국 남는게 없게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근대문화유산은 단일 건축물 뿐만 아니라 당시의 도시조직, 예컨대 주작대로, 작은 골목길, 민초들의 삶의 모습 등도 생명력을 가진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낙후지역 개발을 열망하는 주민들에게 '무조건 보존'이라는 희생을 강요할수는 없다. 관과 주민들간 머리를 맞대고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만 개발과 보존의 공존이 가능하다. 그것이 곧 역사의 보존이라는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관광자원이 되고 문화사업이 되어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오게 된다.

60년대 중·후반부터 공업화라는 특수한 상황아래서 도시계획으로 개발된 남구 신정동과 달동, 옥동 일원. 서민들의 단독주택이 대거 들어섰던 이 지역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개발돼 주변 지역과의 섞이지 않으려는 경계화·계층화라는 이질적인 문화를 낳고 있다.

김 교수는 "도시개발은 자본의 논리보다는 문화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 등 다양한 주택을 골고루 공급해 특정계층 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양한 소득계층,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뉴 어바니즘(new urbanism·)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탐사보도팀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자문=김정민 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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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I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