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MY PROJECT2010. 3. 5. 23:34

중세의 ‘영광’을 이 시대에 다시 한번

- 이탈리아 제노바의 옛 항구 재개발

 

글, 사진/ 이주연_ 건축평론가, 공간그룹 이사

 

    유럽의 도시풍경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속도가 느슨한 편이다. 그래서 대개 유럽에서 도시 개발의 양상은 개발 전후의 모습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 상업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비교적 활발했던 도시나 지리적으로 교류와 대립의 요충지였던 도시들은 시대에 따라 변화도 잦았다. 특히 유럽의 성장과 분쟁이 역동적으로 펼쳐졌던 중세 시기 지중해를 중심으로 왕성한 움직임을 보였던 도시 가운데 이탈리아 북서부의 제노바는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도시 안에 새로운 표정을 심으며 도시활성화를 기해왔으며, 문화적 경제적 ‘부흥’을 위해 대대적인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등 활기가 넘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제노바는 북쪽에 위치하면서도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으로 여름은 그다지 덥지 않고 겨울에도 그리 춥지 않은 온화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거주민 이외에도 피서 및 겨울을 지내기 위한 바캉스 리조트 지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의 각지로부터 은퇴 후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최적의 생활환경을 지니고 있는 도시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려했던 옛 항구 지역은 20세기동안은 물동량이 서부 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1992년 콜럼부스 박람회를 계기로 공공에게 돌아가도록 재건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재개발을 통한 새로운 활력이 이 지역에 담기게 된다. 제노바의 이런 도시환경은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역사를 통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화려한 영광을 누렸던 중세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노바는 ‘La Superba’(자부심 강한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 C.콜럼버스, 음악가 N.파가니니, 이탈리아 통일운동 때의 공화주의자 G.마치니 등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2년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하여 배와 바다를 테마로 한 특별한 국제 박람회(International Exhibition Genoa'92 Colombo'92)가 열려 기념식전에 세계 각 도시로부터 배가 제노바의 항구로 들어오는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최근의 제노바 항구는 박람회 이후 그 공간과 장소를 활용한 문화적 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활기 넘치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변화의 원천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마스터플랜을 해서 조성한 제노바 구 항구개발 계획에서 출발하고 있다. 렌조 피아노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제노바와 프랑스 파리에 건축설계사무소를 두고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주목받는 건축가이다. 그는 장소와 시간이 이뤄놓은 오랜 역사적 흔적을 잘 보존, 유지시키면서 새로운 기술력, 이른바 하이테크를 아주 인간적으로 건축공간에 담아내는 건축가로 정평이 나있다. 제노바 항구 프로젝트에서도 그의 작업 태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지극히 기술적인 장치를 통해 마련한 공간디자인이 옛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에도 잘 어울리게 만들어놓고 있다. 설계를 맡은 렌조 피아노는 옛 항구가 박람회 이후에도 도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중재 역할을 하는 장소로 거듭나게 한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의식을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주변을 포용하며 독특한 체험과 흥미를 발산하게 만들어 놓았다.

제노바 항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눠 계획되었는데, 제노바의 미래도시를 위하고 다른 문화를 위해 항상 열려있는 통로, 역사구역과 바다 사이의 접점, 젊은 여행객들의 정력적인 활력, 좁은 골목길에 숨통을 열어주는 1천년 고도의 현대적 광장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일명 지중해광장이다.

 

먼저, 몰로 벡키오(Molo Vecchio) 지역은 옛 부두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목화 창고와 항구로 쓰이던 곳이다. 이 지역의 건물들의 일부는 제노바 출신의 유명 미술가이며 무대 디자이너인 엠마누엘레 루차티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또 젊은이들을 위한 멀티미디어와 출판과 관련이 있는 다채로운 정보가 담긴 도서관과 멀티 스크린을 갖춘 영화관, 대형 음악공연장과 거대한 전시장, 레스토랑 등이 망라된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용하는 공간으로 충만하다.


쿠아르티에리 안티키(Quartieri Antichi)라는 지역은 페스티벌 광장과 비고, 밀로 빌딩 등이 있는 영역이다. 17세기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서 있는 작은 건물들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국제적 회사의 사무실, 은행, 제노바 옛 항구의 사무실 본부로 활용되고 있고, 밀로 빌딩은 국립남극박물관과 같은 중요한 문화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도시의 파노라마를 조망할 수 있는 리프트인 비고(Bigo)는 이 지역의 상징물 역할을 한다. 40m까지 올라가 옛 항구와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이 시설은 바로 옆에 설치된 페스티벌 광장의 지붕 구조를 강한 케이블로 지지하며 감싸고 있다. 그 주변으로는 역시 철골 구조물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데 이것은 깃대를 형상화한 환경조형 작품이다. 페스티벌 광장은 1년중 12월에서 3월까지는 아이스링크로 변해 스케이팅을 즐기는 인파로 붐비고 다른 때는 전시나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쓰인다.

 

아쿠아리움(Aquarium) 영역은 제노바 수족관, 대형 ‘청색’ 선박, 전설의 섬인 아틀란티스라는 이름을 단 대형 갤러리, 식물원 등이 배치되어 있어 항구와 바다, 해안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히 지중해변의 벼랑들, 산호초 암초, 마다가스카르 열대강우림의 재건 등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는 청색 선박은 실제 선박을 그대로 이용해 꾸몄다.

화려한 역사적 배경, 이동과 교역의 요충지, 지리적 기후적 환경 등으로 인한 좋은 여건에 힘입어 제노바는 각종 국제행사와 문화적 이벤트들이 줄을 이어 열리고 있고, 이를 대부분 제노바 항구의 재개발 영역 안에서 수용하며 펼치고 있다. 최근 국제적 행사에서는 2001년에 G8 선진국 수뇌 회의의 개최지로, 2004년에는 제노바가 유럽 문화수도로 채택되어 더욱 풍요로운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발전적 변화는 이미 1995년 수립된 제노바 항구 개발 장기계획과 흐름을 함께 하고 있으며, 옛 항구 프로젝트도 제노바 의회가 2050년까지 옛 항구 지역 13만 제곱미터 규모의 개발을 골자로 하는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그 일환으로 꾸며진 것이다. 이 장기 계획은 제노바 시(50%)와 상업회의소(40%) 그리고 제노바항(10%)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개발회사가 주도해 추진되고 있다.

 

아직 진행형인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수변 공간 배후로 확대되어 기존 환경질서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적절히 수행해나가는 계획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행보가 오랜 역사적 흔적이 넓게 퍼져 있고 이미 여러 단계로 변화와 개발의 재미를 만끽해오고 있는 제노바 항구 풍경에 어떻게 또 다른 풍경을 덧붙여 풍요로운 도시로 더욱 두터운 저력을 쌓아가게 될 지 자못 관심이 커진다.

[출처] 도시재개발-제노바|작성자 야고비

http://blog.naver.com/jacoby?Redirect=Log&logNo=4006249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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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살구ISUE